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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파니아 - 1월 28일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 "아! 모차르트!"

[리뷰] 피파니아 - 1월 28일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 "아! 모차르트!" 꿀담샤




1월 28일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 "아!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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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말입니다.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출연 기사가 뜨기 두어달 전부터, 제가 갑자기 모차르트에 빠져 있었습니다. 근년 들어서 기악 음악을 꽤 듣고 있던 차에, 뒤늦게 모차르트를 만난 겁니다. 뭐,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도 아니고, '요즘엔 연주 음악이 좋네. 그럼 클래식도 한번 들어볼까' 하고 모차르트를 플레이시켰는데, '어, 좋은데...'소리가 절로 나왔던 겁니다. 전 음악을 넓게 듣기보다는, 수직적으로 깊숙히 듣는 스타일이라, '어, 좋은데...'는 굉장히 좋은 겁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막 듣기 시작하던 참이었습니다.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뮤지컬 기사가 뜨자, 그들이 배를 잡고 웃더군요. 동방신기의 일본 투어 관람을 끝내고 녹초가 되어서는, '이제, 동방신기의 음악은 조금 쉬었다 들어야겠다'라고 했던 참이거든요.

* 그런데 사실 시아준수의 이 프로젝트와 모차르트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베스터 르베이의 이 뮤지컬 작품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몇초짜리 삽입곡들만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전 연극적인 감동에 잘 움직이는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연극은 절대로 보지 않으며, 뮤지컬은 오직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 갑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보기 전에 모차르트에 관해서 특별히 더 생각을 한다거나, 이 작품 때문에 모차르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 조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 오직, 시아준수의 블루스 보컬이, 락과 클래식컬한 요소가 융합된 이 뮤지컬을 만나, 어떤 식의 자기 개성을 표출할 것인지, 유럽에서의 해석과 어떻게 다른 자신의 음악적 결과물을 보여줄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을 바라보는 저희의 이 주요한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아준수가 모차르트로 분해 무대에 선 둘째 공연이 끝난 목요일 밤, 이상한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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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 제 머리 속에는 온통 모차르트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이 출렁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아직 모차르트 작품의 면면도 제대로 모르는 어설픈 팬이지만 원래 초짜팬들의 애정이 가장 진한 법이니까요. 그토록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냈던 천재를 지독히 괴롭혔던 숱한 일들과 숱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은 고통 속에서도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보여주었던 따뜻한 인사, 애정, 관심... 그가 모든 사랑하는 이에게 늘 잊지 않고 보냈던 천번의 입맞춤들, 바보같은 농담들, 똥 이야기들(모차르트는 똥 이야기를 대단히 좋아했답니다), 인생에 대한 낙관과 사회에 대한 놀라운 직관, 죽음과 삶에 보냈던 겸손하지만 위대했던 시선들이 다시금 떠오르며 머리 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곤 집에 오자마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버렸네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득 생각하니 제가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아준수의 노래를 듣고 왔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아준수는 두말할 것 없이, 지금 시대에서 제가 가장 아끼고 높이 평가하는 보컬리스트 중의 한명입니다. 그 사람의 무대를 고장 안나는 마이크와, 안정된 음향과, 더할나위없을만큼 훌륭하게 경청하는 팬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그건 한국에서는 최초이고, 그의 솔로 무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냥 최초입니다. 이제껏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이 경험을 희미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은, 제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라, 그런데 그게 희미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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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동영상으로 유럽 버전을 슬쩍 미리 보았을 때에는, 전 이 작품의 캐릭터 설정이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모차르트는 '철없고 경박한 청년'으로, 콘스탄체는 '방탕하고 게으른 여자'로 그리는데 치우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이것은 1985년작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등장했던 설정이죠. 진지한 모차르트 연구가들은 이러한 설정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의 실상이야 늘 왜곡되거나, 고의적으로 극화되는 법이고 대중들은 대충 그러려니 합니다. 어쨌든 대중들은 '철없는 모차르트'를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초짜모차르트팬'인 저는, 이러한 설정이 불만스러웠지요. 모차르트가 속한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 중의 하나입니다. 인류가 중세의 암흑을 넘어 계몽주의에 발을 딛고,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인권과 평등'이라는 가치에 눈을 뜨게되는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야말로 당대 유럽의 모든 양심적, 진보적 지성들이 한데 힘을 모아 중세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모차르트도 있었습니다. 그는 '진보'가 아름다운 것임을, '평등'이 소중한 것임을 음악을 통해 대중들에게 '실연'합니다. 당시 혁명적인 작품으로 이미 이름높았던 보마르셰의 희곡을 모차르트는 직접 선택했고 그것이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귀족이라 해도 내 여자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하인의 선언보다, 더 혁명적인 선언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천재성'에 의해서 끌려간 철없는 젊은이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인류의 진보를 진심으로 염원했던 위대한 휴머니스트였습니다.

* 부모의 죽음이 깊은 상처를 남겼겠지만, 그는 이를 극복했고 착실하게 성공을 일구어갔습니다. 그가 생을 마치기 얼마 전에는,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두며, 그의 최고 전성기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음악가들이 사랑받고 호강받는 나라,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음악가 하이든이 기다리는 영국으로 갈 약속도 되어 있었습니다. 악처론이 분분하긴 했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콘스탄체를 사랑했으며, 콘스탄체 또한 그의 착실한 반려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짧게나마 접한 역사적 사실이 이렇다보니, 이 뮤지컬이 실제의 모차르트를 얼마나 담아낼지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무대에서 직접 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니 유튜브로 대충 본 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입니다. 여전히 의아하고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아버지 레오폴트의 무게는 지나치게 크게 다루어졌고, 콘스탄체와 그녀의 자매들이 마치 저잣거리 선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처럼 그려진 등등이 그렇습니다. 짧게 처리된 프랑스 혁명 부분과 모차르트의 죽음 부분은 마치 미완성 같이 느껴집니다. 끝까지 반복되는 아버지와 누나 난넬의 가족 이야기 대신에, 그런 부분들을 좀 더 살려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긴 해도, 이 작품은 말이에요.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포착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모차르트의 무언가를 말입니다.

* 모차르트 음악의 느낌과 통하는 어떤 요소 - 직설적이고 사랑스럽고 선명하고 단순하고 상냥하면서도 도전적인 감성이 이 극의 음악 전체를 통해서 희미하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리고 2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 음악팬을 이토록 뭉클하게 만드는 모차르트 삶의 애틋한 순수성 또한 어떤 식으로든 담아낸 느낌입니다. 그 담아낸 방식이, 아주 눈부시거나 아주 영리하거나 아주 위대한 방식은 아닙니다. 촌스럽죠. 그런데 그 촌스러움을 이 뮤지컬이 정직하게 표출한다는 사실이 좋은 겁니다. 사실 진짜로 위대한 음악들은 촌스럽습니다. '나 잡아봐라'하는, 바보같은 인간과 인간들이 만나서 튕겨나오는 '생 느낌'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들이니까요. 스스로 그런 장난을 치면서 즐거워했고, 동시에 그런 바보같은 인간들을 더할나위없이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한 사람 - 바로 그런 음악가가 모차르트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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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결국 시아준수가 엄청나게 연기를 잘했다는 이야기일까요. 글쎄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시아준수는 연기를 못할테지만, 오히려 연기를 하나도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그냥 '모차르트가 되어버리는 짓(?)'을 할 지도 모른다고요. 연기의 테크닉을 익히기 전에, 그냥 모차르트에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거죠. '나는 모차르트'라고. 그건 왠지 시아준수가 잘할 것 같았습니다. 노래할 때에도, 해당 곡이 요구하는 감정 이입만은 정말로 완벽할 정도로 해내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완벽할 정도로 해낸다는 건 너무 차가운 말이고, 시아준수는 그냥 그 감정을 실제로 느껴가며 노래했었죠. 그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사실을 압니다. 그렇다면  뮤지컬 모차르트!라는 거대한 분량 - 2시간 20분짜리 곡에도 그냥 감정을 이입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그렇지만 지금 전 무엇도 별로 평가를 하고 싶질 않네요. 전, 제 방식의 감동을 이 극에서 받았습니다. 그건 이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일지도 모릅니다. 초짜 모차르트팬이라 '모차르트' 글자만 보아도 감동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느낀 것이든간에, '감동'은 분석이나 담론보다 1억배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음악이 이루고자 하는 본연의 목표니까요. 그러니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낀 극 공연의 감동을 지금 당장은 그대로 놔두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1월 28일,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을 본 저는, 시아준수를 보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대신, 200여년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황금별을 찾아 떠났던 소년, 그리고 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눈부신 황금별을 따서 인류의 마음에 안겨준 그 소년을 마음 속에 담아왔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라 참으로 당황스러웠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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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13 | 2010/02/02 23:11 | 그들이야기 하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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