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윤상길의 연예퍼즐] 동방신기와 JYJ, 악연의 선입관 버려야 '공생' 기사입력 2011-01-10 16:52:13
한마디로 전쟁이다. 왜 이렇게 전투적일까. 2년 가까운 공백을 깨고 돌아온 2인의 동방신기와 JYJ를 보는 팬들은 안타깝다. 아무리 ‘너 아니면 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경쟁 치열한 연예계라지만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은 사람들인데 정도가 지나치다. ‘한솥밥을 먹다’는 ‘한 식구(食口)’와 같은 의미다. 가족이란 말이다. 5인의 동방신기는 분명 한솥밥 먹던 식구였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원수’ 대하듯 으르렁거린다. 선현들의 명언과 격언을 모아 만든 명심보감(明心寶鑑)에 기록된 ‘원친불여근린’(遠親不如近隣)을 떠올리게 한다. ‘먼 곳에 사는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다. 한때의 식구가 이웃만도 못한 모양이다.
성경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가르친다. 가요계 복귀를 간절히 기다려온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들은 새 모습으로 새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런데 새 노래의 노랫말이 문제였다. 대중의 일반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사적 감정이 가득한,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는 젊은 노래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헌 부대’에 넣어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KBS ‘콘서트 7080’의 MC 배철수가 “요즘 대중가요는 가사만 보면 무슨 소리인지, 너무 유치할 때가 있다”라고 한탄한 것은 구구절절 옳다. 2000년대 하반기 한국 대중가요계의 기둥이었던 5인의 동방신기였다면, 배철수의 지적이 없었더라도 국가대표 가수답게 새 노래의 노랫말에는 듣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울림이 담겨야했다.
이제 동방신기와 JYJ의 갈등은, 저속한 표현이지만 ‘패싸움’의 형국마저 보인다. 시비의 단초를 어느 쪽에서 먼저 제공했는가는 별개로 하고, 지금까지는 SM 패밀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양쪽의 팬들은 당연히 상대방 공격에 나서고 있지만, 소속사의 스타들까지 이 소득 없는 비방전에 가세해야 하는 것인지 모양새가 흉하다.
여론은 두 그룹의 대립이 소속사 차원의 갈등으로 번지는 ‘확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이다. 두 그룹 소속사 대표와 스태프, 그리고 소속 스타가 가요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SM의 실세 대표의 영향력은 이미 알려진 대로이고, 가요관계자들이 이해하듯 JYJ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파워 역시 녹녹하지 않다. 따라서 두 소속사의 감정이 상식선을 넘어설 경우 예상외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인의 동방신기는 국내 정상의 스타 그룹으로 한류를 이끈, 한국 연예계의 대표 ‘브랜드’였다. 그 명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열성적 팬들도 한결 같으며, 복귀무대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 전성기 못지않다. 여전한 인기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걸머져야 한다면 이를 소홀히 한 두 그룹의 스타 관리 시스템은 재정비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비록 두 쪽으로 갈라섰지만 2인의 동방신기와 JYJ를 대표 ‘브랜드’ 멤버답게 음악으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동방신기이던 JYJ이던, 복귀와 동시에 연예계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고, 자만이다. 멤버들이 TV드라마, 뮤지컬무대로 옮겨 연예 활동을 계속했다고는 해도 그들이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사이에 탄탄한 음악성에 창의적인 예능감을 지닌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이미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가요계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지난날 5인의 동방신기는 이제 ‘인연’으로 남아있을 따름이다. HOT, 젝스키스, GOD, 신화, SES, 핑클 같은 과거의 그룹들은 지금도 재결합, 아니면 기념공연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동방신기의 사전에서는 더 이상 그런 낱말을 찾을 수 없다.
두 그룹의 비방전이 한창이던 지난 8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는 야식 배달부 김승일의 감동 무대가 펼쳐졌다. 그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대학 동기들과 10여년 만에 만나 ‘우정의 노래’와 ‘유 레이즈 미 업’을 열창했다. 노래를 듣던 MC 강호동과 게스트들이 눈물을 보였고, 시청자 게시판에도 감격의 소감이 가득했다. 한솥밥의 의리란, 바람직한 인연이란 이런 것이다.
상대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을 끝까지 가져갈려는 것은 ‘억압’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인연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인연은 지금의 사태에서 보듯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악연’으로 작용할 뿐이다.
연예계는 여전히 말이 많은 세계이다. 동방신기와 JYJ의 비방전은 물론이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메뉴인 폭로전에 이르기까지 말잔치가 풍성하다. 인연을 앞세운 말풍년은 결국 ‘말에 의한 싸움과 말에 의한 오해’를 가져온다. 누가 잘났다 못났다, 어쨌다 저쨌다, 그런 식이다. 가만 지켜보면 별 내용도 아니다. 남 흠집 내는 내용들밖에 없다. 그렇다. 내 흠집을 낸다는 것은 내가 잘 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연예계다.

동방신기와 JYJ의 갈등의 발단도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 서로가 상대방을 ‘내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솥밥 식구였으니 당연한 믿음이리라. 지금처럼 ‘배신’이니, ‘배은망덕’이니 하는 섬뜩한 말로 서로의 심장을 겨누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선입관’이 함정이었다. ‘선입관’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을 말한다.
선입관을 말할 때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떨어진 1만원권 지폐를 집어주니까 그 돈을 흘린 여자는 “어머, 저 사귀는 남자 있어요!” 하며 달아난다. 남자는 “내가 ‘작업’이라도 들어간 줄 알았단 말인가?” 하고 당황해한다. 선입관 때문에 여자는 1만원을 잃었고, 남자는 1만원을 주었지만 진심을 오해받았다.
동방신기와 JYJ의 비방전은 ‘서로를 믿었던’ 멤버들 사이의 선입관이 불씨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방신기와 JYJ가 가수 활동을 재개할 경우 한판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믿는 대중의 선입관이 사태를 확산시킨 꼴이다. 많은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중구삭금 ‘衆口鑠金’)고 했던가. 하도 많은 사람이 ‘싸울 것이다’라고 믿으니 그들의 모든 행동과 발언이 상호비난으로만 비쳐지고, 인정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동방신기와 JYJ는 모두 연예계의 빛나는 보석들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는 언젠가 헤어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이별이 좀 일렀을 뿐이다. 예능마저 자본의 논리로 재단하는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서로의 여린 가슴에 상처를 입혔다. 그들은 여전히 한류의 주역이고, 대중과 호흡하며 삶의 활력소를 무한 제공하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어야 한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당하게 홀로서는 그들의 모습을 팬들과 함께 기대한다.
윤상길 편집국장(대우) yoonsk4u@tvreport.co.kr